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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14-07-30 오전 11:47:572881
아름다운 이야기 ㅡ 5,000억 전재산 사회기부 관리자
남북한에 ‘통일말사전’ 지원 이종환 이사장 “내가 구두쇠 소리 들으면서 살았으니까 이만큼 모았지, 이 돈 무덤까지 가지고 간다면 진짜 구두쇠 아니겠소? 다 놓고 갈 거요.” 남북한 학교에 남북통일말사전 2500권을 지원하기로 한 관정교육재단 이종환 이사장이 말했다. 남북통일말사전은 2002년 서울대 국문과 심재기 명예교수를 비롯해 당시 남북한 학자들이 “이질화된 남북한 언어를 서로 이해하는 게 통일을 위한 시급과제”라는 인식을 함께하며 공동집필에 나서 2006년 한글날에 맞춰 발간했다. 올해로 여든 넷이 된 신사의 안경 너머 눈초리는 여전히 매서웠다. 점심시간에 자장면을 즐겨 먹는다고 해서 ‘자장면 회장’이라고 불릴 정도로 구두쇠고, 초박막 필름을 생산하는 삼영화학을 비롯해 본인이 지휘하는 삼영화학그룹 연 매출이 4000억원을 넘는 부자다. 이 회장이 다시 말했다. “천사처럼 벌지는 않았지만, 쓰는 거는 천사처럼 할 작정이오.” 이 회장은 2002년 사재 10억원을 출연해 관정교육재단을 설립했다. 이듬해에 이 회장은 있는 현금이랑 부동산을 톡톡 털어 재단에 기부했다. 재단 자산은 3000억원. 당시에도, 지금도 국내 최대다. 재산 기부는 계속 이어져 2007년 현재 재단 자산은 5000억원이 넘는다. 경남 의령이 고향인 이 회장은 일제 말에 강제 징집됐다. 만주로, 오키나와로 정처 없이 끌려 다니다가 서울역 앞에서 광복을 맞았다. 한국전쟁 후 이 회장은 마산에서 정미소를 운영하다가 1959년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삼영화학을 차렸다. 그리고 전기를 일시 저장하는 전자제품 부품인 초박막 필름으로 업종을 전환하면서 지금의 부(富)를 쌓게 됐다. 그런 부자가 피 같은 돈을 다 털어버렸다. 이 회장은 “공수래(空手來) 만수유(滿手有) 공수거(空手去)”라고 했다. “빈 손으로 왔다가 다 가져 봤으니 다 주고 빈손으로 간다”는 뜻이다. 계기는 20년 전 읽은 미국의 거부(巨富) 록펠러 자서전이었다. 이 회장은 “세계 최고 부자가 세계 최고의 자선가로 활동하는 모습이 ‘거룩하게’ 보였다”며 “사회를 윤택하게 하려면 인재가 필요하고, 내가 번 돈으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면 그게 내 보람”이라고 했다. 그래서 전 재산을 다 털었고, 5년 걸려 만든 남북통일말사전을 전국 각급 학교에 기증하게 됐다. 이 회장은 “세상을 살아보니, 세계는 약육강식의 전쟁터”라며 “이 사전을 통해 학생들이 민족관을 정립해 대한민국을 강한 나라로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”고 말했다. 관정교육재단은 이달 중으로 대상 학교를 선정, 발송작업을 마칠 예정이다.